그대여 날 남기고 그대여 날 남기고 그때 내가 쥐고 있던 칼이 만약 내 팔이 아닌 손목에 제대로 깊숙하게 들어왔다면 나 지금 여기 없었겠지 아마도 병원 아니면 사후세계 혹은 그냥 관 속 내 사진 앞에서 울고 있을 가족들의 모습 상상이 안돼 내 죽음으로 달라질 것들 나라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한동안은 눈물로 밤을 새겠지만 나로 인해 통장은 넉넉해질 가족들 뭐 그거면 됐어 빌어먹을 돈 때문에 고생 많이 해서 딱 몇천만원만 있음 좋겠다고 꿈꾸던 게 현실이 된다면 그래 그걸로 난 됐어 대신 그걸로 제발 싸우지 말아줬음 해 할머니 장례식 그때는 정말 못 볼 꼴 봤지 그렇게 떠나긴 싫어 난 그냥 조용히 가고 싶네 미련보단 후련하게 덤덤히 그대여 날 남기고 그대여 날 남기고 과연 몇이나 될까 날 위해 울어줄 사람 내 관 앞에서 내 얘길 안주삼아 술 먹을 사람 검은 옷을 입고 흰국화 꽃을 내려 놓으며 우리 엄마께 인사를 드리면서 지긋이 눈을 감고 잠시 나를 추억해 줄 사람 내일 출근이라도 기꺼이 밤을 새 줄 사람 아마 몇명은 있겠지 고마운 사람들 죽어서도 잊지 않을거야 내가 받은 사랑을 만약에 그 곳에서 신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넌 살면서 무엇을 남긴 것 같냐고 질문한다면 당장은 대답 못하겠지만 급할 필욘 없겠지 엄청 많을거야 시간은 그리고 아마 내가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모두들 돌아가야겠지 각자의 삶으로 모든 죽음이 그렇듯이 잠깐의 슬픔 뒤 잊혀지고 그때 사람은 죽지 하지만 난 서운해 하지 않을게 그건 당연한거니까 괜히 찾아가지 않을게 다만 조금 어색하긴 할 것 같아 서로 너무 다른 모습으로 마주칠 너와 나 그때 과연 우린 무슨 대화를 나눌까 그때도 우리 사이가 지금과 같을까 아마도 난 그대로 일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 너에게도 내 존재가 흐릿해질까 진짜 그럴까 - 연주중 - 그대여 날 남기고 그대여 날 남기고