해지는 오후 사람들은 모두 저 다리 위에 밀려 있는 차에 있나 모두 소주 두 병 이건 분명 강물처럼 살아가야 하는 나의 운명 해는 떨어져 물위에 부서져 강물은 삽시간에 핏빛으로 번져 먼저 고수부지 난장에 앞서 앞서 가려고 바둥거리는 다리 위를 봤어 깜빡대고 빵빵대고 소주 첫 잔은 이렇게 시작되고 또 깜빡대고 또 빵빵대고 아따 경치 한번 좋다 소주맛도 최고 시뻘건 강물과 또 회색 빛 하늘과 오색찬란한 저기 저 불빛들에 취해 난 세상 모든 것을 포기한 나는 두려울 게 없어라
세상을 피해서 흠뻑 취해서 부러울 게 없어라 아 두 번째 병 마개를 벗겨 지저분한 세상만사 모조리 제 껴 시간에 쫓기지 말고 삶은 긴 것을 알고 여유로운 순간은 달고 싫음 말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래 가진 것은 두짝이라도 배짱있게 굴래 남아 있는 소주병으로 나팔을 불래 춤출래 술래 안 잡고 놔 줄래 술 마시다 보니 벌써 깜깜해지고 게을로 터진 내 인생은 남들보다 뒤로 이기고 지고 하는 삶은 미로 적을 아는 싸움에서도 가끔은 지고 오르막길 정상 다음엔 내리막이 있고 기고만장했던 청춘은 지고 또 피고 바닥 다음엔 오르막이 있고 해가 뜨면 꽃은 다시 피고 세상 모든 것을 포기한 나는 두여울 게 없어라
세상을 피해서 흠뻑 취해서 부러울게 없어라 아
두려울 게 없어라 부러울 게 없어라
빈 병 두 병 돛대 한 대 가야 할 때지만 누워 볼까 일단 별빛 하나 없는 하늘은 시커멓고 시원하니 기분도 좋고 계속되는 벨 소리가 풍악을 울리네 애타게 날 찾는 누군가가 날 울리네 졸리네 눈 감기네 생각에 잠기네 놀고 먹는 밤은 기네 세상 모든 것을 포기한 나는 두려울 게 없어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