며칠째 계속되는 백야 또 이글거리는 태양은 꽤 많은 자들을 그 열기 속에 묻어 버리고 남은 몇몇 생존자들의 메마른 입술마저 더욱 태워버리고 만다 횡단은 갈수록 점차 힘겨워지고 깨달은 것은 조밀한 계획이 이끄는 적자생존이란 결과 가끔 이 현실이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낮과 밤의 경계는 사라진 지 오래 정신을 잃는다면 여기서 살아남지 못해 사뭇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만 며칠째 멍한 머릿속은 그 시간마저도 가만두질 않네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왔지 글쎄 마지막으로 내 나침반을 꺼냈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아 여긴 막 지나간 자리일 수도 있어 미치겠네 방향 감각의 상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황량해져 버린 마음속에 자리한 낙심 결국 이렇게 사라지겠지 다시 돌아가고 싶어 출발점으로 말이야 오늘이 며칠인지 아니 무엇이든지 아무나 좀 내게 말해줘 난 아직도 항해 중 지도를 펴도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자꾸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눈을 감아보네 물 얼마나 남았지 끝이다 아무 관심도 지원도 없는 이것은 무모한 시도 난 한시도 여유 또 작은 안심도 할 수 없어 뒤처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 아군의 진군을 따라잡지 못한 채 잊혀지겠지 마치 종착역이 없는 열차를 타고서 사라진 목적을 쫓아가는 기분이군 가까스로 살아남은 인들과 그렇게 희미해진 채로 계속 걷고 있던 찰나 아 더워 근데 근데 이거 무슨 소리지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봤을 때 보인 건 너무 익숙한 내방 어젯밤 건드리던 4마디 짧은 비트가 루핑되고 있군 피곤함에 밤새 켜놓고 잔 모양인데 꿈치고는 너무 생생해라며 마른 입술을 물 한 모금으로 적당히 훔치고는 이내 돌아본 침대 머리맡엔 모래 한 줌과 낡아빠진 나침반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