책이 넘어가는 소리를 듣고 찾아왔어 익숙하지만 왠지 낯선 이곳 어색한 기운을 감추려 서둘러 꺼낸 한 권의 책 속엔 알 수 없는 활자들이 내게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하는데 내겐 아무 기억이 없어 이 커다란 공간에서 나는 책을 읽은건지 너를 읽은건지 내겐 너란 기억만 선명히 남아 있어 책이 넘어가는 소리를 듣고 찾아왔어 고요했었던 침묵했었던 이 공간의 유일한 소음 숨기 바빴던 수줍은 내 진심에 알 수 없는 활자들이 내게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하는데 내겐 아무 기억이 없어 이 커다란 공간에서 나는 책을 읽은건지 너를 읽은건지 내겐 너란 기억만 선명히 남아 있어 책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 혹시 네가 온 걸까 주위를 자꾸 둘러 보게 되는 알고 싶던 너란 사람을 끝내 덮지 않았다면 계속 읽었다면 너에게 내 맘을 펼쳤다면 이 커다란 마음들이 아직 사라지지 못해 어딘가에 접혀 있어 나를 보며 웃음 짓던 네가 남아 있어 너를 좋아했던 마음을 듣고 찾아왔어